"장석주의 인물탐구" 라는 부제가 붙은 책,
그 중에서 특히 가을과 분위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시인... 박인환.
"통속적인 것을 거부한 댄디보이"라는 소제목으로 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소월, 유치환, 한용운, 김유정, 노천명, 양주동, 모윤숙, 이광수, 변영로...
금난새, 안숙선, 정경화,임권택, 이미자, 이외수, 이난영, 안익태, 배호...
한 시대를 풍미한 시인, 작가, 가수, 작곡가들의
애피소드를 곁들인 장석주의 책은 늘 가까이 두고 보게된다.
훤칠한 키에 수려한 얼굴을 한 미남자 박인환은 당대 문인 중에 최고의 멋쟁이,
댄디보이였다. 여름에도 정장을 하곤 했던 그는 "여름은 통속이고 거지야. 겨울이 와야
두툼한 홈스펀 양복도 입고 바바리도 걸치고 머풀러도 날리고 모자도 쓸 게 아니야?"
고 말했다. < P102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박인환은 '마리서사'라고 하는 서점을 운영하였다.
모더니즘 시운동의 본거지였다고 볼 수 있다.
책을 무척 사랑한 애서가였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
.
.
.
.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은 1956년 3월 20일 밤 9시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31살이었다.
그의 시신이 시인장으로 망우리에 묻힐 때 지인들은 그가 좋아했던
조니워커와 카멜 담배를 함께 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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