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장석주

나침반테스 2007. 10. 22. 21:08

 

 

 

 

 

 

 

"장석주의 인물탐구" 라는 부제가 붙은 책,

그 중에서 특히 가을과 분위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시인... 박인환.

"통속적인 것을 거부한 댄디보이"라는 소제목으로 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소월, 유치환, 한용운, 김유정, 노천명, 양주동, 모윤숙, 이광수, 변영로...

금난새, 안숙선, 정경화,임권택, 이미자, 이외수, 이난영, 안익태, 배호...

한 시대를 풍미한 시인, 작가, 가수, 작곡가들의

애피소드를 곁들인 장석주의 책은 늘 가까이 두고 보게된다.

 

훤칠한 키에 수려한 얼굴을 한 미남자 박인환은 당대 문인 중에 최고의 멋쟁이,

댄디보이였다. 여름에도 정장을 하곤 했던 그는 "여름은 통속이고 거지야. 겨울이 와야

두툼한 홈스펀 양복도 입고 바바리도 걸치고 머풀러도 날리고 모자도 쓸 게 아니야?"

고 말했다.          < P102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박인환은 '마리서사'라고 하는 서점을 운영하였다.

모더니즘 시운동의 본거지였다고 볼 수 있다.

책을 무척 사랑한 애서가였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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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은 1956년 3월 20일 밤 9시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31살이었다.

그의 시신이 시인장으로 망우리에 묻힐 때 지인들은 그가 좋아했던

조니워커와 카멜 담배를 함께 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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