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털어놓으면 가벼워지리라

나침반테스 2013. 11. 1. 21:20

 

 

 

 

아주 드물게 가끔 시내에 외출 할 때가 있다.

주로 전철을 이용한다. 대체로는 전철 앞칸과 뒷칸 부근은 한산하고 중간이 붐빈다.

붐비지않는 곳을 택하느라 그런 것이 아니고 맨 뒷칸에 타면 내려서 집방향 출구를 찾아가기 용이하니까

맨 뒤칸에 탔다. 더구나 승객들이 붐빌 시간도 아닌 2시무렵.

 

그러나 내가 10번째 칸에 탔을 때 의외의 전철내부 분위기에 급속하게 짓눌리며 답답해져옴을 느꼈다. 

순간적인 판단에 난 집으로 가는 길이고 급할 것도 없으니 다음 차를 타자 하고 얼른 내려버렸다.

내리고 나서도 서서히 출발 속도를 높혀가는 전철 내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저들은 다 함께 어디를 가는 중일까? 어딘가를 다녀오는 길인가?

아마도 인솔자는 맨 뒷칸이 한산하니까 그들에 대한 배려로 맨 뒷칸에 태웠으리라.

 

낮엔 아직 덥다. 11월에 냉방을 할 리없는 전철 내부, 한산해야 할 10번칸인데도 의외의 탑승객들로 인하여 덥다 못해 후끈했다.

내가 전철을 기다리면서도 앉을 자리를 생각한 건 아니다.

앉을 자리가 없으면 타인들의 접촉이 적은 출입구 가까이에 서서 묵묵히 책을 읽으리라, 했다.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단편집을 읽고 있었고...탈 때엔 읽던 부분에 손가락을 걸고서...

 

그들은 주로 남자들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한 거지만...

연령층은 다양했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를 감안했던지 두터운 외투들을 입고 있었고 시선은 제각각이었다.

어디를 바라보는지 구분이 안 되는 멍한 눈초리. 어떤 이는 누군가 막 내린 빈 자리에 앉으려는데 거동이 약간 불편한 듯이 보였고...

이들 사이에서 내가 서있을 수 있을까? 책은커녕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서있기만도 어려운 상황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내린 거였다. 잘 내렸어, 정말 잘 했어,

그러다가 이내 내가 도대체 뭘 한 거지?

저들과 이웃하여 지내는 것이 그리 부담스러웠을까?

자기 집 부근에 장애우집단시설이 들어서려 하면 피켓 들고 나가 "결사반대"하고 외치는 거와 뭐가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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