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꾿빠이 이상, 김연수

나침반테스 2009. 2. 9. 14:52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이런 말을 했기에 그런한지 몰라도 지금까지 이상(李箱)의 죽음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또 그의 작품을 연구하고 유작을 파헤치는 작업을 하는 이가 많은 것에 비해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스스로 그리 말해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짧게 산 그의 생애에 비해 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여기 다시 이상과 그의 문학을 샅샅이 섭렵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소설이 한편이 있다.

김연수의 "꾿빠이 이상"

 

 

 

 

 

 

데드마스크, 잃어버린 꽃, 새,

세 개의 장으로 나눠진 소설은 각 장마다 화자가 다르지만 서로 연관이 지어진다.

 

 

첫 번째 장의 데드마스크,

 이상의 데드마스크 제작, 진위여부, 현재의 소재,

그러면서 두 번째 장의 서혁민의 죽음을 얘기하기 앞서 그의 동생이 데드마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그 진위여부를 확실히 가려내지 않은 채 기사화한 김연기자가 화자로 나온다.

 

 

두 번째 장 잃어버린 꽃,

아마츄어 이상연구가이자 이상추종자인 서혁민은 이상의 행보를 따라다니다 결국

이상이 숨을 거둔 도쿄대학병원에서 자살하기에 이른다.

한편 그는 죽기 전에 이상의 작품을 흉내낸 "오감도 시 제 16호'를 쓰게된다.

 

 

세 번째 장, 새,

이상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발표회에 피터주는 서혁민이 남긴 오감도 제 16호를

이상의 유작인 양 발표한다.

피터주는  중국인 어머니에게서 출생하고 한국인 부부의 손에 성장했으며

미국국적을 지닌 자로서  평양도 드나들며 이상이 우리 문학사에 어떤 인물인가 하는 문제까지도 다룬다.

오감도 16호의 진위, 피터주 스스로의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상의 유작의 진위를 알아내려는 이분법적인 잣대,

이상으로서 작품을 썼느냐 김해경으로서 작품을 썼느냐라는 문제,

그의 작품이 얼마나 진실된 것이냐를 떠나

우리는 우리의 지나간 시대의 천재의 작품을 오래도록 얘기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 여겨진다.

김연수 또한 이 소설로 이상과 꾿빠이 하는 것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