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유일하게 보는 주말연속극 " 엄마가 뿔났다" 를 보는데 다른 때같지 않게 입이 궁금해 왔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머릿 속은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수박? 아까 먹었잖아. 사과? 아니야. 좀 달착지근한 걸로... 아무리 뒤져도 나오는 것이 없네.
드라마를 다 보고서
- 지수야 줄넘기하러 가자.
- 엄마 지갑 들고가.
- 그래 빵도 사고...
빵집을 들렀다가 아파트 상가 구멍가게로 갔다.
- 꿀꽈배기 없어요?
- 예, 없어요.
- 할 수 없네, 월드콘이나 하나 먹자.
지수는 쌍쌍바를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어떤 중년 남자가 고른 물건이 계산대에 수북이 쌓여 있었기에
우리가 계산할 아이스크림은 계산대 끄트머리에 간신히 얹혀질 수 밖에 없었다.
보통 대형마트를 이용하며 부족한 것이 있을 때나 이런 데 오지 않나? 저 사람은 이제 막 이사온 사람일까? 독신일까?
계속 더 살 물건을 고르는 남자를 향한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지갑을 열어 계산을 마치려는데
지수가 쌍쌍바만 달랑 들고 가려는 순간 내 월드콘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 야!
엄청나게 큰 소리로 지수를 부르는 내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 월드콘이 떨어졌잖아.
지수가 가려다 말고 다시 월드콘을 계산대에 올려 놓는다.
- 야!
한 번으로 끝날 일이지 또 소리를 지른다. 가게 주인이나 중년남자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바로 뒤이어 창피하다는 생각은 든다. 이미 늦었지만...
감나무쉼터에 앉아 월드콘 껍질을 벗기는데 이미 먹고싶은 생각은 싹 달아났다.
다른 때같으면 고양이도 어슬렁거리더라만...고양이에게 줘버리고 말걸, 오늘은 고양이도 안 보이네.
- 지수야. 아까같은 경우엔 우리 물건이니까 다 니가 들고 나와야 되는 거야.
엄마 손엔 빵봉지랑 또 다른 쪽 손엔 지갑이 들려 있잖아.
그건 그렇고 그 집엔 꿀꽈배기도 없냐?
녹아내리는 월드콘을 지수와 한 입씩 베물어가며 먹었다. 뭔 맛인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