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국민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의 얘기를 다룬 소설이다.
파블로 네루다에 대해서, 칠레의 민주화 정착에 대해서 알고 이 글을 대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렇다고 소설이 절대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
또 한편,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를 보고나면 이 소설을 읽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로 본다면 바닷가 풍경이 기가 막히게 멋질 텐데...
영화를 못 본 아쉬운 맘이 나를 에워쌌다.
산티아고에서 120Km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 마을 이슬라 네그라,
네루다는 그 곳에서 자연을 듣고 보며 시를 쓰고 지낸다.
워낙 한적한 마을이라 그 곳에 우편물배달 조차도 꺼리는 상황에서
오로지 자전거만 잘 타는 마리오는 우편배달부로 취직된 걸 아주 흡족해 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저명한 시인이 자기에게 우편물을 배달해 주는 청년과 나누는 우정이 참으로 아름답다.
마리오가 마을 카페의 처녀에게 마음을 뺏기고 있을 때
메타포( metaphor 隱喩 ) 를 가르치며 사랑의 시를 쓰게 하여
그 처녀와 결혼에 이르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치열한 그리움을 표출한 부분,
네루다가 프랑스 마드리드 영사로 가 있으면서 이슬라 네그라의 자연이 너무도 그리워
마리오에게 녹음기를 소포를 보내게 된다.
이 녹음기를 가지고 이슬라 네그라를 거닐면서 마주치는 모든 소리들을 녹음해 줘.
우리집 유령이라도 필요해. 건강이 좋지않다네.
바다가 아쉬워. 새들도 아쉽고. 우리 집 소리를 실어 보내주게.
정원에 들어가서 종을 울리게. 먼저 바람에 울리는 작은 종들의 가냘픈 소리를 녹음하게.
그리고 다음엔 큰 종을 대여섯 번 잡아 당기라고. 종. 나의 종.
바닷가 종루에 걸려 있는 종만큼 낭랑하게 들리는 말은 없지.
그 다음에는 바윗가로 가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담아줘.
갈매기 소리가 들리면 녹음해 주고. 밤하늘의 침묵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까지도.
파리는 아름답지. 하지만 내겐 너무 큰 옷이라네.
< P108 >
마리오는 네루다의 진정한 친구이자 충직한 배달부이니까
당연히 이슬라 네그라의 자연을 고스란히 퍼담아 네루다에게 보낸다.
군인들이 네루다의 집을 포위하고 있는 위험한 지경에도 마리오는
스웨덴, 멕시코 등지에서 망명을 받아들일 테니 빨리 들어오라는 전보를 전하게 되지만
네루다의 죽음은 너무도 가까이 와 있었다.
1973년 9월 어느 날 엠블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그로부터 열흘 후 9월 23일, 마리오는 자기 가족의 카페에서 네루다의 사망을 뉴스로 접한다.
그 밤 마리오는 쿠테타군에 연행되어 가고 그 뒤 생사를 모르게 된다.
칠레의 국민시인, 네루다의 얘기를 소설화하고 또한 영화로 만들기까지
스카르메타는 감독으로 배우로 극작가로 애착과 집념을 한껏 나타냈다.
그래선지 지금에라도 <일 포스티노>를 구해서 보고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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