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바보같은 여자가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마지막 연인 에밀리 플뢰게,
에밀리가 1인칭으로 쓰여진 클림트의 전기소설.
클림트의 자유분방한 사생활, 복잡한 여성편력을 바라보며
일말의 질투도 표출하지 않은 여자, 에밀리.
사랑이 지극하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는 내 손을 잡더니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리고
주머니에서 꺼낸 목탄 연필을 내 살갗 위에 그림을 그렸다.
나는 당황해 몸을 뒤로 뺐다.
" 좋은 생각이지? 종이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돼. "
< P 251 다소 엽기적인 부분 >
이야기의 시작은 2차대전의 혼란을 피해 에밀리가 조카 헬레네와 고향으로 피난가 있다.
그 곳음 에밀리가 클림트를 회상하기 좋은 호터호반 주변이다.
평생을 클림트 옆에서 클림트의 사랑을 갈구하며 지냈지만 클림트는
에밀리에게 결혼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에밀리의 작은 언니는 클림트의 동생 에른스트와 결혼하였다.
하지만 에른스트는 성홍열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클림트는 동생의 부인과 조카 앞으로
매달 적지않은 생활비를 보낼 만큼 자상한 면도 있다.
클림트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에밀리를 특별하게 사랑하긴 했다.
너만은 싫지 않았거든. 난 널 원했어. 널 갖고 싶었고,
건강한 육체에 배를 곯아 본 적도 상처받은 적도 없이
순진무구하기만 한 너처럼 되고 싶었어.
너를 타락시키고 싶으면서도 보호해 주고 싶기도 했어.
< P253 >
평생 독신으로 지낸 클림트는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모든 모델들과 관계를 맺을만큼 자유분방했고
그의 사후엔 클림트의 아이라며 나선 아이들이 무려 14명이나 되었다고...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으로 클림트의 걸작 "키스"의 탄생을
재구성해 놓은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되겠기에...
정체가 누구건 간에, 소녀는 절벽 끝에서 균형을 잡고 있었다.
발가락으로 절벽 끝을 꽉잡고 있다.
성적 황홀경에 빠져 있을까? 아니면 절망에 빠진 모습일까?
발은 금빛의 덩굴로 감싸였든지 아니면 묶여 있다.
역시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남자는 그보다는 사정이 나아 보인다.
남자는 절벽의 안전한 쪽에 있다.
옷 아래 어딘가 그를 어디로든 데려갈 수 있는 묶이지 않은 발이 있다.
......
.......
순수와 젊음이 넘쳐 얼굴과 마음을 모두 활짝 열어 놓은 그녀에게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자기가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 모른단 말인가?
어떻게 빠져나올 셈인가?
한 대 후려쳐서 무아지경에서 깨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 P 389 >
에밀리가 클림트와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엔 에밀리가 클림트에게서 그림그리기를 배웠다.
나중엔 에밀리의 그림솜씨는 의상실을 열게되는 바탕이 되지만
클림트가 드레스 디자인 스케치를 꾸준히 해준 덕택에
에밀리의 의상실은 상류사회에 인기를 얻게된다.
클림트의 나이 56세 되던 해에 세상을 등지며 마지막으로 부른 이름이 에밀리였다.
그 때 에밀리의 나이 겨우 마흔넷이었는데도
에밀리는 인생의 황금기가 끝났다고 여길 만큼 클림트에게 의존적이었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은 아닐 터,
에밀리는 자기 생에 처음 사랑한 남자를 끝까지 사랑한,
숭고한 사랑을 이뤄낸 것이다.
'책장 넘기는 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할 권리, 김연수 (0) | 2008.06.09 |
---|---|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0) | 2008.06.01 |
< 발췌 2 > 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 (0) | 2008.05.21 |
< 발췌 1 > 잘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 (0) | 2008.05.18 |
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 (0) | 2008.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