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대로 마트에 다녀와 현관 앞에 장바구니를 내려 놓았다.
다른 날보다 장바구니가 비좁아 맨 위에 있는 계란박스는 그냥 장바구니 옆에 맨 바닥에 따로 뒀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두고, 방학 중에 올 손님이 있어 새로 산 여름이불 두 통을 들고
헐레벌떡 내 장바구니가 있는 곳으로 오는데
- 어머, 이 집 계란이구나. 내가 주차를 하다가 계란박스를 밀어버렸어요.
21층 말티즈 키우는 집 젊은 아줌이다.
내 장바구니는 주차공간이 비어있는 자리 앞에 놓았던 게 잘못이었다.
그런데 그 계란은 이미 내 잘못으로 수난을 한 번 겪은 뒤.
마트에서 짐을 차에 싣고 2층 주차장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동안,
경사진 출구를 내려오다가 장바구니 안에 있던 수박이 기울어지며
장바구니가 전체적으로 균형을 잃게되자
뒷좌석에 얹혀있던 장바구니가 앞으로 기울어지고
꽤나 묵직한 우유통이 바닥에 놓인 계란박스에 일격을 날린 것이다.
운전을 하고 집으로 오면서도 머릿 속으론 몇 개가 깨졌을까?
3개 아니면 5개 정도?
다른 때같으면 장바구니를 조수석 바닥에 놓는데,
오늘은 장바구니가 워낙 뚱뚱해진 탓에 좌석을 아무리 뒤로 물려도 거기 들어가지 않았고
할 수없이 뒷좌석에 앉힌 거였는데...
21층 아줌이 내 뒤를 따라 들어오며 계란박스를 열고있다.
박스 안은 엉망이다.
- 이게 종이 상자라 차에 닿는 감이 전혀 없더라구요. 이걸 제가 먹고 다시 사드릴 게요.
- 아니 괜찮아요. 우리 집에 계란이 하나도 없어서 나 이거 갖다 먹어야 되거든요.
15개 짜리 상자에서 8개가 깨져있었고 21층 아줌이 들이받은 쪽은 한 줄이 전멸,
그 옆에까지 두개나 더 깨졌고 내가 실수한 건 1개가 깨져있었다.
깨진 상태에서도 냉장고에 들어갈 만 한 걸 골라내고 다섯 개를 바로 깨뜨려 그릇에 담았다.
오늘 저녁엔 별 수없이 계란찜을 해야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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